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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가판대에 죽 늘어져 있는 컵들을 진지하게 내려다보았다.마트에 구비되어 있는 머그컵의 종류와 색상은 존의 예상을 훨씬 웃돌 정도로 다양했지만 문제는 가격 역시 예상을 훌쩍 넘어선다는 점이었다.대체 딱히 대단한 기능도 외양도 없는 이 평범한 컵들이 왜 이리 만만찮은 가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존이 대단히 깐깐한 주부는 아닌 관계로 평소라면 생각보다 비싸다하면서 그냥 하나 집어 들었겠지만 집에 있던 컵과 그릇이 모조리 폭파에 휩쓸려 가루가 되어버린 지금은 당장 적어도 컵이 세네개는 필요한 상황인지라 그렇게 대충 구입할 수가 없었다.다른 마트에 가볼까.존이 속으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의 위치를 가늠하고 있는 사이 전자레인지에 시체 일부를 넣고 돌리다 집안 가재 살림 대부분을 말아먹어버린 장본인이 옆으로 다가왔다.아직 화가 덜 풀린터라 불퉁한 목소리로 우유나 골라오라고 말하려던 존은 셜록이 어디서 집어왔는지 자신 앞에 턱 놓은 두 개의 컵을 보고 순간 말을 잃었다.


 

"...이게 뭐야?셜록." 


"존. 갑자기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겁니까?컵이잖아요."


"아니,그런 걸 물어본 게 아냐.지금 이걸 사자고?"
 


"다른 컵 두 개를 사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이더군요."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건..."

  


존은 자신 앞에 놓인 컵과 셜록을 차례로 한 번씩 번갈아보고서 겨우 말을 이었다.

 

"커플 컵이잖아."



존의 말 그대로 끈에 묶여있는 두 개의 컵은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없는 짝을 이루고 있었다.넓적하고 귀여운 디자인과 동일한 무늬에 하얀색과 빨간색의 다른 바탕.심지어 손잡이 윗부분에는 작은 하트까지 조각되어 있다.꿀이 뚝뚝 떨어지는 신혼부부나 동거중인 커플이 쓸법한 살림 도구였다.다시 한번'정말 이걸 쓰자고?'라는 심정을 담아 셜록을 올려다보자 그는 오히려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래,셜록 홈즈가 이런 종류의 상식을 이해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지.존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도로 갖다놓고 오라며 컵을 그쪽으로 밀었다.짐작대로 셜록이 얼굴을 찡그리고는 바로 불만을 터트렸다. 
 



"어째서요?"
 


"난 너와 같이 집에서 그 컵에 사이좋게 차를 따라 마실 나를 상상할 용기가 없어,셜록."


 
"그 집에 사는 건 허드슨 부인과 우리뿐인데 무슨 문제가 된답니까?거기다 되도록 싼 물건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건 존이잖아요.컵 말고 다른 제품들도 다 이렇게 묶여있는게 훨씬 쌌다구요."

 
"돈이 부족하게 된 이유를 만든 게 누군데 큰소리야?그리고 지금 남자 둘이 마트에 와서 장을 봐 가는 김에 같이 커플 제품들을 사가자는거야?난 너만큼 얼굴이 두껍질 못해서 아무렇지 않게 계산대 점원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고."

 


 
까딱하다간 베이커 가에서 싸울 때 마냥 소리가 높아질 것 같아 간신히 자제하며 말을 잇자 셜록은 정말 네가 내 플랫 메이트니까 그 무지함을 참아준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는 다시 입을 뗐다.

 


 "
오,존.제발 단 한순간이라도 그 머리를 좀 써봐요.오늘 우리 둘 다 카드를 갖고 왔으니 대충 나눠담아서 각자 따로 계산을 하면 되잖아요."


"아니,그래도 이건..."
 


"지금 당장 쓸게 필요하니까 이렇게 몇 개만 사다두고,다음에 여유가 되면 다른 제품으로 채워 놓으면 돼죠.오늘 내내 턱없이 예산이 모자라다고 투덜거렸잖아요?"


"그러니까 원인 제공한 사람이 누구냐고..."

  


별 의미 없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타박을 던진 존은 입을 다물고 잠시 자리에 서서 고민에 빠졌다.그야 셜록과 이런 짝으로 된 제품을 쓴다는 건 어이가 없지만 현재 되도록 저렴한 물건이 필요한건 사실인지라 그의 말이 조금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했다.분해가 되어버린 전자렌지와 각종 그릇들의 추정가격이 떠올랐다.그러고보면 아직 냉장고에 다른 신체부위들도 남아있었다.셜록이 이번 사태로 깊이 반성해 다음부턴 그것들을 얌전히 바라다만 보면서 관찰할거라고 기대하기엔,존은 셜록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할 수 없지.결심을 굳힌 존은 트레이에 셜록이 가져온 컵을 집어넣었다.그제서야 좀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 셜록이 자기가 다른 제품도 봐놨다고 우쭐대며 트레이 앞을 잡아끌고 걷기 시작했다.그리고 존은 아무리 다른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더라도 커플 제품을 잔뜩 구입한 남자가 아직 계산을 마치지 않은 다른 남자를 기다리다 같이 돌아가는 광경을 점원들이 일제히 어떤 눈길로 볼지 까지는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2



 

문을 쾅 닫고 차에서 내린 레스트레이드는 급박한 걸음으로 익숙한 문 앞까지 뛰어가 초인종을 눌러댔다.종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 221B라는 글씨가 박힌 문이 활짝 열린다.문을 열어준 반가운 기색의 노부인에게 겨우 고개만 끄덕여 인사하고서 서둘러 복도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잇따른 살인,시체 위에서 점점 크기가 커져가는 표식,게다가 점차 짧아지는 범행 주기.이제 경찰청 윗선에서 뭐라고 지껄이던 셜록홈즈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보통은 다소 무례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갑작스런 방문이지만 셜록홈즈에게는 선물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기에 레스트레이드는 거침없이 마지막 계단을 딛고 올라서 탐정의 이름을 불렀다.


 


"셜록!지금 당장 나와주게.신문의 그 사건이 또..."



 
 
인사도 하기 전에 급하게 용건을 이야기 하려던 형사는,그러나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맺지 못하고 입을 멍하게 벌리고 말았다.셜록과 그의 동료인 존 왓슨이 테이블에 마주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물론 아침 이른 시간이니 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점은 없었지만,문제는 그 둘 앞에 각각 놓여 있는 물체였다.여자들이 기념으로 사올 법한,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색상으로 짝을 맞춘,심지어 하트가 새겨져 있는,컵 두 개.거기다 샌드위치를 담은 그릇 밑바닥에도 각각 다른 색깔로 같은 크기의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도저히 그의 이성으로 따라가기 힘든 사태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멈춰서있자 그 예쁘장한 컵을 들어 안에 담겨 있던 우유를 목으로 넘긴 셜록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먼저 말을 뗐다. 

 



"한명이 더 죽었군요."


"아..."
 


"이번엔 경시청 근처의 골목에서겠죠?"


"아,그,그렇네.맞아."
 

 


당황한 나머지 더듬거리며 대답하자 셜록이 잠시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내더니 이내 신경을 끄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물론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존도 마지막 빵조각을 넘기고는 서둘러 일어섰다.레스트레이드는 이번엔 그 둘이 각각 청색과 적색 체크가 그려진 커플 파자마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얼이 빠져 버렸다.

 


"멋져!점점 가속도가 붙는 범죄라니.실력도,자신감도 높아지고 있군.최고야."


 
"셜록.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상관없잖아요,존.우리밖에 없으니까.레스트레이드,옷만 입고 바로 나설 테니 좀만 기다려요."

  


아직 넋이 나간 터라 제대로 반응을 못한 레스트레이드를 내버려 둔 채 둘은 재빨리 나갈 채비를 마쳤다.그리고 위층에서 점퍼를 갖고 급하게 내려온 존이 계단을 향하자,장갑을 끼던 셜록이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큰소리를 냈다.

 


"존!"


"뭐야,셜록?"

 

셜록이 존에게 다가가 자기 목에 감겨져 있던 목도리를 빼어 그의 목에 걸쳐주었다.

 


"목도리 빼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미안.맘이 급해서."



레스트레이드는 이젠 더 놀라워할 기력도 없어 기가 막힌다는 얼굴만 짓고 있다가 긴급한 현장 상황을 떠올리고는 잠시 이 사태를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결심했다.아무리 충격적인 광경일지라도 지금은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범죄에만 집중하자.마음을 굳히고 표정을 다시 진지하게 바꾼 후 계단 아래로 내려가려던 순간,이번에는 따라나서는 셜록의 등을 향해 존이 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셜록,잠깐만!"



"왜 그래요?"
 


"우리 음식물 쓰레기 오늘 오전까지만 낼 수 있어!"


"얼른 가져와요!"




 
 레스트레이드는 정신없이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는 존의 뒷모습을 정말이지 이젠 범죄고 뭐고 상관없어진 기분으로 바라보았다.셜록은 존의 손에서 몇 겹으로 싼 쓰레기봉투를 양쪽 손에 건네받고는 앤더슨이 현장을 망치기 전에 일초라도 빨리 도착해야 한다며 신난 얼굴로소리치면서 서둘러 계단 아래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그렇게 런던 제일의 사립탐정이자 세계유일의 자문탐정은 양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서 쓰레기통과 범죄 현장을 향해 베이커 가를 뛰쳐나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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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둘이 아직 사귀고 있는거 아닙니다. 저꼴인데 둘의 관계를 자기들만 모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ㅠㅠㅠㅠ

셜존...셜록존이 너무 좋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근데 왜 처음 쓰는 소설이 이런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쓰고 나서야 저 동네 마트는 무인 계산기를 이용한다는 점이 떠올랐지만,기계치인 존이 워낙 그걸 싫어해서 점원이 직접 계산해주는 옆마트를 이용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넘어갑시다. 

 

Posted by 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