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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뻑뻑하다. 한참동안 눈꺼풀을 깜빡거리고서야 잠에서 깼음을 알았다. 본즈는 미간을 찌푸린채로 천장을 노려보다 한쪽 손을 올려 이마를 몇번 문질렀다. 아직 한밤중인지 자동 조명이 켜지지 않아 캄캄한 어둠이 쿼터를 묵직하게 감싸고 있었다. 딱히 일찍 잠들지도 않았고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이유없이 뒤척이다 깬 모양이었다. 드물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뒤로 벅벅 쓸어넘겼다. 물이라도 마시고 올 양으로 상체를 일으키려다 문득 시트가 걸리는 느낌에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둘 사이의 남은 공간에 팔 하나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가까이 달라붙어 누워있는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저도 모르게 입가가 풀린다. 침대를 짚고 있던 손을 뻗어 눌린 자국이 있는 그의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 간지러웠는지 눈가를 찡그린 커크가 으음,하고 뒤척였지만 금세 일정한 숨소리로 되돌아갔다. 큭큭 새어나오는 웃음소리를 참지 못한 본즈는 고개를 숙여 커크의 귀 위에 얇게 머리칼이 난 부분에 입을 맞췄다. 밖에서 아무리 의젓한 함장의 표정을 하고 있어도 곤히 잠든 얼굴만큼은 같이 방을 쓰던 어린 시절과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세간의 환상과 달리, 제임스 커크는 완벽한 남자는 아니다. 그는 분명 대담하고 영리한 리더이며 종족과 무관하게 모든 이의 호감을 얻어내는 아름다운 외모까지 지녔지만 완벽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 몇년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커크를 지켜봐온 본즈는 그가 종종 본인이 그토록 사랑하는 우주에서 사무치도록 깊은 외로움에 빠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일과 동떨어진 영역에선 다소 불안정한 심성의 소유자였고, 주기적으로 애정을 확인받지 않으면 제 머릿속에서 생겨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그런 불완전한 면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모든 면을 포함해 커크는 본즈의 눈에 완전했다. 저 멀리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자신과 시선이 마주치면 곧바로 눈을 구부리며 본즈,하며 웃는 얼굴을 본즈는 두려울만큼 사랑했다. 

손을 크게 펼친 본즈는 커크의 흐트러진 머리칼과 그 아래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미묘하게 색이 진해진 금발은 그러나 그 무렵보다 더 부드럽게 손에 감겼다. 식사 후 입가에 뭘 잔뜩 묻히고 돌아왔을 때나 그걸 핑계삼아 손가락으로 문지를 수 있었던 입술은 이제 자신이 얼굴을 가까이 내리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벌어진다. 더 이상 남들에게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개구진 표정, 자다 깨서 낮아져 칭얼대는 음성- 오로지 자신에게만 허락된 사적인 영역들. 가끔 커크가 주변에 없을 때 혼자 앉아 그 모습을 반추하는 것만으로 본즈는 제 행운에 압도되어 멍해지곤 했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있을 무렵 짐 커크를 만나고 그래도 삶이란게 무작정 가혹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자위했었다. 주제를 모르고 하루가 다르게 뻗쳐가는 욕심에 스스로 숨이 막히기는 했지만 아무리 괴로워도 그에게서 멀어진다는 선택지는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치도록 소원했던 밤들을 보상하듯 시간은 정말로 자신의 팔 안에 짐을 안겨주었다.

다 몰아썼겠지. 본즈는 이따금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곤 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전 생애라던지 다음 생애 따위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아마 자신은 짐을 가진 것만으로 이번에 그 생애의 운까지 박박 긁어 썼을거라고. 내세의 자신이 이를 갈며 온갖 욕을 퍼부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짐을 갖지 못하고 평온하게 몇세기를 사느니 이번 몇십년을 그와 함께 보내는 것이 훨씬 나았다. 

본즈...? 손길이 느껴졌는지 가늘게 눈을 뜬 커크가 입 안쪽으로 작게 웅얼거린다. 비몽사몽해 정신도 못차리면서 그래도 저를 만지는게 자신이라고 확신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몇번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짐. 더 자. 옆에 나란히 누워 등을 꽉 끌어안고 속삭이자 답답해, 라고 투정을 부린 그가 말과 달리 얼굴을 어깨에 툭 기대어 온다. 맨 살갗 위로 숨결이 닿아 부드럽게 부서져내렸다. 조금 간지러웠지만 개의치 않고 정수리에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서로가 맞닿은 곳마다 온기가 뒤섞여 피어오른다. 품안으로 퍼지는 따끈따끈한 몸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하지만 올라간 입가는 좀처럼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평범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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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본즈커크 뽕이 빠지지를 않아서 참지 못하고 단문을..따흐흑..여러분 본즈가 커크를 존나 사랑해요..겁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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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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